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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유로 답사일기

파커파인 2007. 8. 22. 19:49
 

오늘 다 다음 달 행사관련 하여 분단의 끝에 다녀왔다!

사무실에서 출발하여 자유로에 진입했을 때, 대장님이 우리에게 일침을 놓는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면 물어볼테니까 지금부터 가면서 도로 지형, 시설물 유심히 보고 가라고’ 난 중간지점에 않아 있어 앞의 도로상황이 잘 안보인다.

전방에 뭐가 있는지 잘 안보여 한강물만 바라보고 있다. 후에 대장님이 물어봐도 여기에 들어온지 얼마 안돼  잘 모르겠다 하면 그만이다 ㅎㅎㅎ 딸딸아빠가 타겟이 되었다. 부디 대장님의 질문에 무사통과 하길....

 

‘자유로! ’  말 그대로 자유가 느껴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기분 좋게 넓고 곧게 뻗은 길을 달리다 보니까 어린시절 소풍 나온 것 같은 기분에 다른 동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더워서 무던히 피곤한 척 심각한 척 표정짓는다!  길옆 한강은 하류라 그러는지 아니면 바닷물과 섞여서 그런지 누런 빛깔을 띄고 있어 다소 아쉬웠지만  기분 내기엔 전혀 하자가 없다.

속으로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의 한 소절을 불러본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우 우 우 ’ 답사도 근무인지라 대놓고 논다는 인상을 안주려고 해도, 그러나  마음은 가볍다. 


그러기를 한창  통일전망대 부근을 지날 때 쯤, 사뭇 다른  강 건너 풍경을 보았다 분명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같았는데 민둥한 산 아래 몇몇 건물들이 띄엄띄엄 있는게 웬지 음침하고 싸늘하게 느껴져 앞에 앉아 있던 고참에게 물어보았다. 고참 왈 “북한 애들이 대남선전용으로 지어 놓은 거야. 속은 텅 비었어” 어 뭐뭐 그러면 저게 그 말로만 듣던 북녘 땅!

저게 그 곳이구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TV에서 보았던 북한의 실상이 머릿속에 맴돈다. 불쌍한 사람들... 내가 저 쪽에서 태어났더라면, 내가 그 몹쓸 전쟁통 중심에 있었더라면... 별 오만 생각에 머리가 아파진다. 이런땐 정신적인 비타민제 하나 빨아야 하는데! 차속이라... 


어느덧 넓은 도로에 우리 차량만 가고 있다. 다 오긴 온 모양이다. 전방에 바리케이트와 군인들이 보인다. 군인들이 우리를 세운다.

어렸을 때, 친척집에 갈 때 검문소가 생각난다.( 삼송리 쪽 검문소인것 같음)기관단총을 어께에 메고 두 명의 헌병이 버스에 올라타 무섭게 검문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내 뒷자리에 타고 있던 동료도 그 일을 했다던데... 그 땐 참 무서웠는데... 내가 큰 건지, 요즘 시대가 그런건지 젊은 군인들이 말투도 싸근싸근 친절하게 통행을 허락한다.  

 

끝으로 갈수록 생소한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판문점, 제3땅굴, 개성 16킬로미터’ 라는 표지판을 보며 몸이 바짝 쪼여진다. 여기가 우리땅인지 북녘 땅인지 잘 중심이 안선다

(최후방 진해에서 군생활을 하여 최전방 개념을 잘 모름)

 

얼마나 달렸을까. 무슨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것이 보인다. 바코드 607이 통과하려 하자 직원(왼쪽 소매에 CUSTOM이라 씌어져 있다)이 제지를 한다. 못 간다며 돌아가라 손짓을 한다. 그 직원이 근무제대로 하지 않았고 통과시켰 더라면  우린 월북하여 북조선인민공화국 인민들에게 환영 아니면 인민무력부 에미나이들에게 끌려가 아오지에서 석탄캘 운명이었을 것이다. ㅎㅎㅎ


우회하여 도라산역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것이다. 제법 세련되고 웅장한 건물이다. 텅빈 땅에 큰 건물하나가 덩그랗게 놓여 있는게 퍽이나 안어울린다. 몇 년,  몇십년 후엔 옆에 많은 건물들이 들어왔으면...

 

차에서 내려 담배부터 꺼내 문다. 내 동기도 뒤질세라 담배같지도 않은 빼빼로 담배(에쎄)물며 ‘이런데서 한 대 빨아주어야 한다’ 하고 애써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이해한다. 나 또한 흥분되어 있었으니까...

담배를 피우며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이들은  도라산역 건물을 배경으로, 또한 헌병들을 옆에 끼고 사진찍기 바쁘다.분단의 아픔이 관광 매뉴얼이 되어 버린생각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런 아픈 나라의 상황을 잘 이해하여 돌아가길 바란다.

 

건물 왼편엔 이런 문구가 씌어져 있다. ‘대한민국 마지막 역. 그리고 오른쪽 화살표를 달고  신의주라 씌어져 있다. 남의나라 말같다고 느꼈는데..와 닿는다. 

차로 두시간 남짓한 고향 한 번 내려갈려고 해도 멀다고 느껴지는데 저 길을 따라가면 얼마나 멀까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어느 나라같이 자동차로 24시간 이상 달릴수 있다면 엉덩이랑 허리 아퍼도 마냥 좋겠는데... 진짜 통일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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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대장님이 도라산역 명칭에 대해서 설명한다. 역 오른편에 낮은 산이 있는데,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이  이 산에서 무슨 일(바람소리 때문에 잘 못들어 기억이 안남) 때문에 다시 돌아갔다 하여 도라산 이라하여 이름을 도라산역이라 했다고 한다.

 실제로 돌아오는 길에 역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경순왕릉  이정표를 봤다.

 어쨌든 신라의 마지막 비애가 어쩌면 지금 여기처지하고 같은것 같다.

 

오늘 답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저 통일이라는게 남들이라 떠들고 나는 나몰라 했지만,  이번일로 분단의 설움, 통일의 기원을 진정으로 생각해보는 최초의 시간이 된 것 같다.

 

P.S: 일산에서 나른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눈감으며 생각해본다.

어렸을때, 미국드라마 기동순찰대에 나오는 판치가 우상이었는데  실제로 운좋게 그런일을 하게 됐다. 집사람은 근무복 옷깃에 잉크같은 얼룩을 왜 묻혀 오냐고 하는데 그게 헬멧속에 들어있는 섬유의 염색이 땀과 섞여 뚝뚝떨어진 것이라고 말하면 더이상 말을 않는다. 이 뜨거운 날에도 싸이카에 올라타면 아직도 셀레고 긴장된다.(거짓말 쪼금 보태 진짜루)  아무쪼록 별 탈없이 탈 수 있는 날 까지 타게 해주라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게 마음속으로 빌며 돌아왔다.  

 

 


 

출처 : 경기청싸이카순찰대
글쓴이 : 번뇌의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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