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멜로는 가라! 사극·전문직·요리 뜬다 | |
대형사극 여전한 인기몰이 속 트렌디 드라마 물러나고 소재·주인공 특성화 추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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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 국장과 김종학프로덕션 등 손꼽히는 드라마 외주제작사 제작자들에게 올해 드라마 경향을 물었다. 대형 사극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한편 소재의 특성화를 꾀한 새로운 드라마들이 선보일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답변이었다. 이들은 멜로물에서도 이상적인 얘기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재를 담으려는 추세(한국방송 김현준 드라마1팀장)로, 시즌제 드라마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문화방송 정운현 드라마국장) 한편, 전문직 드라마를 새로운 경향이라고(에스비에스 공영화 드라마국장) 전망했다.
전문직과 음식 소재 드라마 눈길=검사, 로비스트, 공항 세관원 같은 전문직의 등장과 김치, 라면 등 다양한 음식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각 방송사는 올 하반기까지 선보일 드라마 편성계획을 거의 짜놓은 상태다. 지난해 <90일 사랑할 시간> <눈의 여왕> 등 멜로물의 시청률 저조와 <주몽> <대조영> 등의 사극 열풍은 올해 드라마 제작과 편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방송 김현준 드라마 1팀장은 “올해는 종전 장르에서 벗어나 소재의 특성화나 주인공 직업의 전문화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내다봤다. 의학 드라마인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대체역사라는 상상력을 퍼올렸던 <궁>의 속편격인 <궁에스>, 검사가 등장하는 <꽃피는 봄이 오면> 등 이미 방영에 들어간 드라마들은 이러한 변화를 예고한다. 김종학프로덕션의 박창식 제작이사는 “2006년 드라마판에 있던 사람들은 트렌디 드라마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물건을 만지면 과거의 잔상이 떠오르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사이코메트리’)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마왕>과 여자 판사가 지방의 어느 시골로 발령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집 없는 판사>, 라면을 소재로 한 한·일합작드라마를 준비중이다. <에스비에스>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잃은 여주인공이 생존과 복수를 위해 로비스트의 길을 택한다는 내용의 <엔젤>, 광고회사 대표 ‘마유희’와 요리사 지망생의 사랑 얘기를 다루는 <마녀유희>를 방영한다. 문화방송도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세관원 등의 다양한 직업군을 다룰 <에어시티>와 국가정보원의 비밀요원이 등장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 같은 전문직 드라마의 편성을 고려중이다. 외주제작사 차원에서 기획 단계에 있지만, <식객>(제이에스픽처스), <명가의 후예>(올리브나인)도 음식을 소재로 한다. <명가…>는 김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김치와 장류 등 밑반찬을 만드는 비법과 이를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이 그려진다.
‘주몽’ 이후를 노려라 = 방송계가 가장 주목하는 시기는 3월 이후다. 45%대의 시청률로 고공비행중인 <주몽>이 끝나는 이때쯤이면 지상파 3사가 월화드라마의 주도권을 놓고 새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문화방송은 실존인물인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을 그린 <히트>를 이어서 방영하고, 한국방송은 소설 <김치만두 다섯 개>를 원작으로 종갓집 화안당에서 펼쳐지는 사랑 얘기를 그린 <프라이드>를, 에스비에스는 <사랑과 야망>의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끝없는 전쟁>을 편성할 계획이다. 문화방송이 5월에 내보낼 기대작 <태왕사신기>는 400억원이라는 국내 최대 제작비와 한류스타 배용준을 내세운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송가에 어떤 새 바람을 불러올지 관심을 끈다. 케이블채널 <티브이엔>은 다섯명의 여자들이 펼치는 발칙한 연애와 성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헌터>를 다음달부터 방영하는데, 케이블 티브이를 대상으로 저예산 사전제작물만을 만들겠다고 나선 신생제작사 채널 케이의 창립작품이다. 케이블 위성 채널의 자체 제작물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용 맞춤 제작사’의 등장은 지상파와 케이블·위성 채널 간의 드라마 경쟁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사극에서도 소재의 특성화 노력이 엿보인다. 한국방송이 조선 영·정조 시대 정경유착을 다룬 <한성별곡>을, 에스비에스가 조선 내시의 삶에 초점을 맞춘 <왕과 나>를 선보인다. 채널 케이 김승모 본부장은 “올해는 한국적 장르드라마들이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되는 한 해”라고 밝혔다. 김미영 남지은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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