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가브리엘의 오보에 협주곡’
클래식 못지 않은 영화음악을 꼽자면 엔리오 모리코네의 작품들이 으뜸이다. 특히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주제곡을 듣고 있으면 아득한 어린시절의 감성세계로 이끌려 지곤 하는데 뉴욕 유태인 빈민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 배신이 그려진 이 영화(로버트 디네로 주연)는 특히 아름다운 주제 음악으로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모리코네의 작품들은 대체로 좋지만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의 주제곡 보다 더 좋은 것이 아마 영화 ‘미션’의 주제곡일 것이다. 일명 ‘가브리엘의 오보에 협주곡’ 혹은 '넬라 환타지아'로도 널리 알려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바로크(시대)의 한 작품을 듣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클래식보다 더 클래식다운 작품이 아마 '넬라 환타지아'일 것이다. 그만큼 종교적이고도 영혼에 깊은 사색을 안기게 하는 이 작품은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서 더욱 대중과 친숙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나는 서울의 한 변두리 작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교인들은 별로 없었지만 봄에는 (뒷동산에)진달래, 가을에는 단풍이 물드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열심히 신을 탐구했고, 신앙인들만이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과 교제도 가졌다. 또 박터지게 싸우는 인간적인 고뇌도 있었는데,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부끄럽게도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싸우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것같다. 사랑과 평화는 예배시간에만 있었을뿐 밖에 나오면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뉘고, 성직자의 편애 속에 교인들은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것은 아마 찌든 삶속에서 교회만이 줄 수 있는 한줄기 햇살, 어찌됐든간에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교회의 성직자는 열심히 설교하고 시무했지만 교회와 학업사이를 오가며 무리했던지 40대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순교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정열이 원인이었고, 또 단순한 과로사라고 하기에는 그에게 신앙이란 의미는 너무 컸다. 2명의 자녀, 사모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그의 빈 자리는 너무도 썰렁했고 교회는 찬바람만 가득했다. 왜 신은 그토록 일찍 그를 데려간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멀리 있는 법이라는데 정말로 신은 그 지고한 사랑을 전하기위해 그토록 일찍, 먼 곳에서 피흘린 사랑을 표하려 했던 것일까? 신은 정말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절대자의 모습은 늘 우주의 끝처럼 멀고, 안개처럼 희미하기만하다.
사람은 모두 태어나서 한번은 죽기 마련이다. 그 죽음이 두려워 종교가 생겼다지만 죽음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직 사랑하는 마음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아프다.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내 주라는 (기독교의)가르침은 누구에게나 아픈 생명이기에, 자신의 아픔을 딛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잊게하려는 사랑의 실천과도 같을 것이다.
1986년에 개봉한 영화 ‘미션(Mission)’은 선교사들의 아픔과 사랑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로 특히 주제곡 '넬라 환타지아'로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감동을 선사한 명작이다. 영화 ‘미션’은 1750년 경,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국경 부근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원주민 과라니족을 선교하는 선교사들의 대립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그린 작품이다.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남미의 밀림 원주민에게 선교하러 들어간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들과 접촉을 시도하려고 오보에를 부는 장면이 바로 주제곡 ‘넬라 환타지아’가 흐르는 장면이다.
로망롤랑은 ‘음악은 나의 첫사랑이었다’고 했다. 왜 음악이 첫 사랑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음악에는 무엇보다도 무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묻지 않은 정열… 끝없이 주고, 말없이 흘러가는 우주의 본 모습… 아니 신의 그 아픈 정열을 음악 아닌 다른 수단으로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음악을 듣는 순간 모든 고뇌, 아픔, 갈등을 잊고 무한히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것이다.
당시 남미에는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백인들 사이의 싸움이 고조되고 있었고 종교,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오직 원주민 선교를 위해 헌신하던 젊은 신부는 끝내 원주민 마을을 습격한 군대에 비폭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죽어간다. 오보에 협주곡의 아픈 사랑을 안고.
영화 ‘미션’을 보면서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산다는 것에 그만큼 지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미션’의 주제음악을 들으며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이 순간을 음악처럼 아름답게 가꾸어가고 있는지를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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